봄날의 감동을 다시!
매해 전주국제영화제 수상작과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 및 화제작을 가을에 다시 만날 수 있는 영화 상영 프로그램이다. 영화 상영과 함께 작품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한 관객과의 대화(GV)와 특별 대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이벤트도 진행된다.
상영관 안내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주객사3길 22, 전주영화제작소 4층)
상영작 안내
-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수상작
-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수상작
-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4 선정작
-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해외영화’ 화제작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수상작
<힘을 낼 시간>(남궁선) / 2024년 9월 6일(금) 11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 대상, 배우상(최성은), 왓챠상 수상
대한민국 / 2024년 / 102분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애매하게 활동하다 은퇴한 아이돌 그룹 출신 친구 셋은 학창 시절 가지 못했던 수학여행에 대한 미련으로 때늦은 제주 여행을 떠난다. 오랫동안 계획해 온 이들의 여행은 도착 첫날부터 틀어지기 시작한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힘을 낼 시간>은 국가인권위원회의 15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아이돌의 인권을 다루는 영화다. 이 영화 속에서 제기되는 아이돌들의 인권 침해 문제는 상당히 많다. 금전적인 것은 물론이고 과다 노동시간이나 성적인 침해, 정서적 문제까지 일부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이 아니라면 여전히 발생할 수 있는 사안들을 다룬다. 인권영화 중에는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2009)이나 이옥섭 감독의 <메기>(2018)처럼 굳이 인권영화라고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도 있는데, <힘을 낼 시간> 또한 이들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 <십개월의 미래>(2021)에서 임신부의 삶을 적나라하면서도 유쾌하게 보여준 남궁선 감독은 이번에도 장기를 발휘해 쾌활한 청춘 드라마 속에 인권 이야기를 스무드하게 녹여냈다. 전직 아이돌 세 명의 이 뒤늦은 수학여행기는 지난 시절을 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이 시대 보통 청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에 있다. 나라는 사람이 여기에 있다”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젊은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담요를 입은 사람>(박정미) / 2024년 9월 6일(금) 19시 (GV)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 배급지원상 수상
대한민국 / 2024년 / 116분 / 전체 관람가
상영 후 감독님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진행
시놉시스
주인공은 돈을 사용하지 않고 생존할 방법을 찾아 나선다. 빈 건물을 무단 점거하는 스퀏팅과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는 스킵다이빙으로 먹거리를 구하고, 공짜로 얻은 자전거를 타고 자급자족 공동체를 다닌다. 영국을 떠나선 히치하이크로 여행한다. 스무 명의 히피와 카라반으로 여행하며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한 흐름에 자신을 맡긴다. 돈과 계획 없이 튀르키예, 이란, 인도를 여행하며 삶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박정미 감독은 영화와 무관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꿈인 여군 장교가 되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3년 만에 군대를 나와, 취직하여 밤낮없이 일하는 쳇바퀴 인생을 살다가 서른 살이 다가오자 새로운 삶을 찾으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런던에 간다. 그녀는 운 좋게 직장을 구하지만, 상사와의 갈등으로 해고당한 뒤 우울증과 생활고를 겪다가 돈을 쓰지 않고 살아보겠다는 무모한 결심을 한다. 그리고 카메라에 그 ‘무모한 결심’을 기록하기로 한다. 잠잘 곳, 먹을 것, 이동 수단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삶의 방식‘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영역을 확장한다. 그렇게 유럽에서 인도까지 여행하며 경계 없는 세상과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한 그녀는 ’모든 존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진리에 눈을 뜨게 된다. 이 ’무모한 영화‘는 그저 흥미진진한 여행기에서 그치지 않고, ‘태어난 김에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멋진 사람의 여정을 담고 있다.
<언니 유정>(정해일) / 2024년 9월 7일(토) 13시 20분 (GV)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 CGV상 수상
대한민국 / 2024년 / 102분 /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후 감독, 배우님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진행
시놉시스
종합병원 심장내과 간호사로 야간근무를 하던 유정은 서먹하게 지내던 고3 동생 기정이 영아유기 사건의 당사자로 자수해서 경찰에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유정은 그제야 어떻게든 동생을 구해내려 발버둥 친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미스터리 드라마가 두드러져 보이는 <언니 유정>은 가족의 본질을 캐묻는 영화다. 그냥 ‘함께 어울리니 좋아서 좋은 거’라는 식으로 어물쩍 가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섬세한 메스 칼로 가족이라는 관계를 해부해 그 마지막 핵심까지 들여다보려 한다. 영화 속 유정과 동생 기정은 마치 엄마와 딸과 유사한 관계였다. 기정이 태어나면서 엄마가 사망한 탓에 유정은 기정에게 엄마 같은 사랑을 줬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기정이 성숙하고 유정도 바빠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진다. 게다가 기정이 자신이 낳은 영아를 유기했다고 자수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중요한 시험대에 오른다. 그동안 기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유정은 자책의 수렁으로 자신을 내몬다. 유정이 기정의 영아 유기 사건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벌이는 노력은 다름 아닌 기정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며 자신과 기정이 맺고 있는 관계의 의미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과정이다. <언니 유정>은 플롯 구성 감각이 좋은데, 특히 유정이 임신부 환자와 맺는 관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은빛살구>(장만민) / 2024년 9월 7일(토) 16시 20분 (GV)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 배우상(나애진) 수상
대한민국 / 2023년 / 122분 /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후 감독님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진행
시놉시스
뱀파이어 웹툰을 그리는 김정서는 엄마 최미영이 건넨 차용증이 붙은 색소폰을 들고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서 벌교횟집을 운영하는 김영주에게 아파트 계약금을 받으러 향한다. 정서는 그곳에서 가깝지만 낯선 가족들의 욕망에 휘말린다. 자신의 뿌리와 흔들리는 현재를 마주한 정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린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스타일리쉬한 오프닝으로 시작한 흡혈귀 이야기에 호기심이 고조되는 순간, 영화는 곧 현실 세계가 더 피 터지게 잔인하다는 걸 일깨운다. 누군가의 생을 빨아먹고 사는 길이 제일 쉽다는 환상 고전을 21세기 한국형 뱀파이어 이야기로 번역하면 결혼을 전제로 한 부동산 투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간 역사의 미스터리, 가족. 경제이익 공동체이자 감정 공동체인 가족은 때론 남보다 잔인하여 돈으로라도 서로를 묶어 두려 하지만 그것은 보호막을 잃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은빛살구>는 문제가 있는 가족, 사랑을 믿지 않는 존재라는 통속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두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의 본질을 잃지 않고 경쾌하게 세상을 맞닥뜨리는 주인공 정서를 그린다. 남의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는 피를 못 먹거나, 십자가, 마늘로 인해 죽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내 운명을 맡겨야 하는 것 자체가 족쇄이자 죽음인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이전 세계를 파괴하거나, 그 안전함을 벗어나 틀 밖으로 나아가는 수에 없다.
<통잠>(김솔해, 이도진) / 2024년 9월 8일(일) 10시 30분 (GV)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작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 수상
대한민국 / 2024년 / 85분 /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후 감독님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진행
시놉시스
지연과 도진 부부는 수년간의 시험관 시술 끝에 지쳤다. 그 전의 삶은 어땠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만나지도 못한 아이와 이별의 고통을 계속 겪고 있다. 도진은 지연의 몸 상태를 걱정하며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눈치이지만, 지연은 그럴 수 없다. 왜 내가 엄마가 될 수 없는 건데? 지연은 포기가 되질 않는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통잠>의 주인공 지연은 임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된 여성이다. 유산 방지 주사를 얻기 위해 다른 환자에게 구걸하거나 무당에게 점지받은 장소로 남편을 데려가 관계를 요구하는 등 지연의 행동은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처연함에 이른다. 갈수록 그녀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주변인은 줄어들고 임신에 대해 함께 책임을 져야 할 남편조차 마음을 멀리한다. 이쯤 되면 영화 속에서 지연의 마음을 위로하거나 달래주는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일말의 위로가 될 법한 이야기가 등장할 법한데, <통잠>은 냉정하게 지연의 초췌한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 미용실에서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걸어가는 지연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는 감독이 너무 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품게 된다. <통잠>이 보여주는 극단적으로 미니멀한 리얼리티는 불임으로 피폐해졌지만 임신을 향해 나아가는, 아니 나아갈 수밖에 없는 한 여성의 초상을 완성한다. 감독 못지않게 독한 연기를 보여주는 지연 역의 김시은도 인상적이다. 도진 역의 이도진이 공동 연출자로 참여한 점도 특이하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수상작(93분)
상영일시 : 2024년 9월 7일(토) 10시 40분
상영 후 감독, 배우님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진행
<작별>(공선정)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선정작 / 대상 수상
대한민국 / 2024년 / 26분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대학을 휴학한 ‘영주’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중학교에서 진로상담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영주는 상담 치료와 봉사활동의 마지막 회차를 앞두고 그해의 가을을 맞이한다. 다시 찾아온 10월, 이맘때 사고로 친구와 작별한 영주는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회복하게 되었을까.대한민국 / 2024년 / 102분 / 전체 관람가애매하게 활동하다 은퇴한 아이돌 그룹 출신 친구 셋은 학창 시절 가지 못했던 수학여행에 대한 미련으로 때늦은 제주 여행을 떠난다. 오랫동안 계획해 온 이들의 여행은 도착 첫날부터 틀어지기 시작한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중학교 진로상담 봉사활동 기간이 끝나갈 무렵, 사고로 죽은 친구의 1주기도 다가온다. 두 사람의 눈싸움으로 시작해 한 사람의 시선이 멈추는 자리에서 끝나는 <작별>은 이야기를 소란스럽게 흔들거나 화면에 불필요한 효과를 덧대지 않는다. 단지 애도의 시간을 통과하는 한 인물의 얼굴을 주시하고, 발걸음을 뒤쫓고, 그 앞에 잠시 멈춘다. 이 과정에서 인물이 걸어온 궤적과 멈춰 선 자리와 바라본 풍경은 고스란히 영화의 일부분이 된다. 성급한 감정적 호소보다 대상에 천천히 다가가는 태도와 기다림의 단계를 믿는 영화다. 서로 다른 ‘작별’의 시간을 가로지르는 운동장에서의 두 차례 패닝은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건넨다.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임지선)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선정작 / 감독상 수상
대한민국 / 2024년 / 29분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허구한 날 벌칙으로 노래를 시키는 음악 수업 전, 한슬은 준비물인 리코더를 놓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 아이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죽기보다 싫은 한슬은 리코더를 가져오기 위해 무작정 집으로 뛰어가지만, 요실금이 있는 탓에 오줌이 점점 새어 나온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음악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한슬은 자신이 리코더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벌칙으로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어 결국 학교 밖으로 나선다. 요실금을 앓는 한슬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다. 실수하고 미움받을 게 두려워 스스로 벽을 두르지만 이는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무너지고, 그 순간 한슬과 주변인들의 느슨한 연결점이 드러난다. 마지막까지 명랑한 톤을 유지하며 여학생들의 심리와 관계를 생기 있게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다.
<땅거미>(박세영)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선정작 / 심사위원특별상 수상
대한민국 / 2024년 / 18분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남자와 개는 매일 해 질 녘에 뒷산을 오른다. 노을이 질 때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빛을 추적한다. 숲은 깊고 노을은 이미 졌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또 한 번 흉측하고 아름다운 모험의 장이다. 해 질 녘, 남자는 반려견과 함께 집을 나선다. 그런데 날씨가 궂다. 태풍에 잠긴 숲은 더 이상 숲이 아닌 것 같다. 산책을 모험으로 탈바꿈시키는, 장소의 무한한 역량을 실감하게 만드는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그리하여 심지어는 이 산책이 같은 시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땅거미>는 <다섯 번째 흉추>(2022)의 박세영 감독이 천착해온 이미지의 중압감이 여실히 전달되는 새로운 단편으로, 어떤 것은 회화 같고 어떤 것은 사진 같으며 어떤 것은 그들 바깥이다.
<너에게 닿기를>(오재욱)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선정작 / J 비전상 수상
대한민국 / 2024년 / 20분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학급반장 수진은 의도치 않게 같은 반의 청각장애인 주연을 다치게 한다. 수진은 친구들과 함께 주연을 찾아가 사과하려고 하지만, 주연은 사과를 받지 않고 친구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미숙한 화해의 과정은 서로를 다치게도 하지만 한 단계 성장하기도 한다. <너에게 닿기를>은 수진과 주연의 갈등과 오해를 해결해가는 모습을 세밀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서로의 관계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미묘한 감정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연출의 유려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실적인 묘사와 안정감이 오랫동안 잔상을 남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2024 선정작
<제자리에 있는 건 없다>(부라크 체빅) / 2024년 9월 6일(금) 17시 10분
튀르키예, 독일, 대한민국 / 2024년 / 75분 / 12세 이상 관람가
시놉시스
1978년, 폭력이 아닌 정치로 좌파 혁명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다섯 명의 좌파 청년들이 한집에 모여 자신들이 발행하던 잡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날 밤 벌어진 예기치 못한 사건은 1980년 터키 쿠데타 직전의 정치적 혼란을 드러낸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단골 초청 감독인 튀르키예의 부라크 체빅 감독의 신작으로, 1978년에 일어났던 터키의 비극적인 정치학살에 관한 작품이다. 영화는 사회주의 혁명을 믿는 다섯 명의 좌익 청년 그룹이 열띤 토론과 이들의 간단한 생일 파티로부터 시작된다. 한밤중에 다섯 멤버 중 한 명이 담배를 사러 나가고, 마침 들이닥친 두 명의 극우파 청년은 남은 네 명을 살해하는 데까지 이른다. 부라크 체빅 감독은 1980년 쿠데타 이전의 터키 정치 상황에 대해 2년의 시간을 들여 준비하여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믿음 때문에 과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도 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두 명의 극우파 청년이 좌익 청년들의 아지트에 들이닥치는 롱테이크 씬과 TV 화면 속,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 얼굴의 클로즈업으로부터 방송이 끝날 때 나오는 국기 게양식과 국가 연주는 우리의 과거도 돌아보게 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럭키, 아파트>(강유가람) / 2024년 9월 7일(토) 19시 40분 (GV)
대한민국 / 2024년 / 96분 /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후 감독, 배우님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진행
시놉시스
안정된 주거 환경을 꿈꾸던 레즈비언 커플 선우와 희서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작은 아파트를 마련한다. 하지만 선우가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다리까지 다치게 되면서 전적으로 희서가 대출금과 이자를 떠안게 되자, 둘 사이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집에서 쉬게 된 선우는 일자리를 찾지만 쉽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악취로 두 사람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한 동성 커플의 갈등이 한국 사회의 구조 안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담은 <럭키, 아파트>는 한국 퀴어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이며, 소수자를 대하는 우리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뛰어난 사회 드라마다. 제약회사 직원인 희서와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직장을 잃은 선우는 9년 차 동성 커플이다. 객관적으로 경제적 차이가 나는 상황이지만 서로 크게 티를 내진 않는다. 하지만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면서, 아파트 구매 자금 대부분을 부담한 희서와 기여도가 거의 전무한 선우 사이 갈등은 점차 커지기 시작한다. 아래층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커플의 간극을 더욱 키운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우가 아파트 가격 하락의 주범으로 찍히며 동 대표 등 주민들과 갈등을 겪는 반면,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로 스트레스를 받는 희서는 커플 관계가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워하며 선우의 행동을 비판하고 둘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처한다. <럭키, 아파트>의 또 다른 미덕은 갈등과 배제라는 이야기 속에 사랑과 연대라는 희망의 싹을 집어넣는 점이다. 아래층에 살던 할머니의 사진을 갖고 싶어 하는 친구분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무단침입까지 감행하는 선우는 “왜 그랬냐”는 희서의 질문에 “남 일 같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감동적인 대사는 아름다운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우리는 매일매일>(2019) 같은 여성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강유가람 감독은 첫 극영화에서도 놀라운 역량을 보여준다.
<다이렉트 액션>(벤 러셀, 기욤 카이로) / 2024년 9월 8일(일) 16시 20분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스’ 작품상(대상) / 제4회 시네마뒤릴(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 수상
독일, 프랑스, 대한민국 / 2024년 / 216분 / 전체 관람가
* 해당 작품 자체에 인터미션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놉시스
프랑스의 급진적 활동가 공동체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 영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으며, 그때에도 영화는 계속된다. 우리의 삶처럼.)
프로그램 노트(리뷰)
영화 속에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하나는 프랑스 농촌에 사는 150명의 급진적 활동가로 국제공항 확장 반대 시위에서 경찰의 진압을 견뎌내고 성공적으로 저항한 경험이 있다. 다른 하나는, 벤 러셀과 기욤 카이로 감독으로 이 공동체의 일상과 활동을 기록한다. 영화는 활동가를 기록하는 관습적인 다큐멘터리의 예상을 벗어나 침착하고 조심스럽게 공동체의 삶을 관찰하고 관객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거나 그들의 주장을 호소하려 들지 않는다. 경찰의 탄압으로 이야기가 끝난 것 같은 순간에도 영화는 지속되며 그 순간이 계속되는 싸움의 일부분이자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이야기가 끝날 즈음 관객에게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지역사회의 투쟁을 마주하게 한다.
<구름이 그림자를 숨길 때>(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 / 2024년 9월 8일(일) 20시 20분
칠레, 아르헨티나, 대한민국 / 2024년 / 70분 / 12세 이상 관람가
시놉시스
마리아는 영화 출연을 위해 푸에르토윌리암스에 도착하지만, 영화 제작진은 강한 폭풍우로 인해 타지에 발이 묶여 버린다. 혼자서 극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도움을 구하던 마리아는 세계 최남단 도시의 생활과 그녀의 인생에서 아직 결론 나지 않은 삶의 한 챕터를 발견한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칠레 감독 호세 루이스 토레스 레이바가 <죽음이 다가와 당신의 눈을 가져가리>(2019) 이후 5년 만에 전주에서 신작을 공개한다. <구름이 그림자를 숨길 때>는 한 배우가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도시보다도 더 아래 위치한, 칠레 남단 푸에르토윌리암스에 도착해 촬영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이 배우를 연기한 마리아 알체는 아르헨티나 배우이자 감독으로 <홀리 걸>(루크레시아 마르텔, 2004)의 주연으로 알려졌고, 여러 편의 단편과 장편 <가라 앉는 가족>(2018)을 연출한 바 있다. 날씨 문제로 촬영팀의 도착이 지연되자 주인공 마리아는 그들을 기다리는 동안 현지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낸다. 광대한 자연 앞에서 작은 것에 헌신하는 식물연구자,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을 되살리는 어린 음악가, 그리고 부재가 된 존재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이 육체적 고통으로 나타나는 것을 완화하는 영적인 존재까지. 이 영화는 상처를 견디는 내밀한 시간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해외영화’ 화제작
<곤돌라>(바이트 헬머) / 2024년 9월 6일(금) 13시 10분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시네마천국’ 초청작
독일, 조지아 / 2023년 / 85분 / 전체 관람가
시놉시스
케이블카는 산골과 계곡의 마을을 연결한다. 케이블카 승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바. 두 개의 케이블카 중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한 대가 내려가고… 케이블카는 중간에서 만나기 마련이다. 다른 케이블카에 타고 있는 승무원의 이름은 니노. 이바와 니노는 30분마다 지나가면서 서로를 만나고 어느날, 그들은 합심하여 상사에게 맞서기로 한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지구상의 몇몇 장소들은 이동 수단으로 버스나 지하철이 아니라 케이블카를 선택해야 하고,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조지아의 어느 서부 산악 지역도 30분마다 가파른 계곡을 오르내리는 두 대의 케이블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케이블카 탑승기의 운전사로 일하던 친척이 세상을 떠나자 그 자리를 물려받은 이바는 먼발치에서 또 다른 한 대의 운전사인 니노에게 호감을 느끼고, 매 30분마다 이뤄지는 두 사람의 만남은 장난기 섞인 유혹으로부터 점차 사랑으로 발전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달콤한 동화 같은 이 영화에서 감독은 대사를 제거함으로써 그의 캐릭터들이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는데, 이를테면 30분에 한 수씩 두어지는 체스 게임이나 바이올린과 트럼펫 연주로 이바와 니노의 감정을 표현한다. 아이슬란드의 싱어송라이터 솔레이와 영국 음악가 맬컴 아리슨의 음악도 기발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 작품에 매력을 더한다.
<위키드 리틀 레터스>(테아 샤록) / 2024년 9월 6일(금) 15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초청작
프랑스, 영국 / 2023년 / 101분 / 15세 이상 관람가
시놉시스
소설보다도 더 비현실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보수적인 동네 토박이 이디스와 소란스러운 아일랜드 이민자 로즈를 따라간다. 이디스와 이웃들이 추잡한 농담으로 가득 찬 장난 편지를 받자, 입이 거친 로즈가 범인으로 의심받는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트위터나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는 부당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싶다면 직접 편지를 써야 했다. 이것이 바로 ’독한 편지 문화‘가 시작된 20세기 초의 사회 현상이다. 1920년대 영국의 한 해변 도시, 뿌리 깊은 보수주의자인 원주민 이디스 스완의 옆집에는 천방지축의 아일랜드 이민자 로즈 구딩이 살고 있다. 이디스와 다른 주민들이 욕설과 비속어 가득한 편지를 받게 되면, 입이 거친 로즈에게 비난이 쏟아진다. 결국 그 익명의 편지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용의자로 의심받는 로즈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그러나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한 경찰 글래디스와 그녀를 따르는 몇몇 여성들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로즈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은 보수적인 가부장 제도가 지배하는 마을에서 외부인에 대한 선입견과 여성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결합되어 만들어낸 블랙 코미디로, 이디스를 연기한 올리비아 콜먼을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돋보인다.
<새벽의 모든>(미야케 쇼) / 2024년 9월 8일(일) 13시 (특별대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작
일본 / 2024년 / 119분 /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 후 작품에 관한 특별 대담 진행
시놉시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후지사와는 PMS(월경전증후군)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구리타 과학이라는 작은 회사에 입사한다. 또 다른 신입 사원 야마조에, 알고 보니 그 또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동병상련을 느낀 야마조에와 후지사와는 서로 도우며 마음의 상처들을 점차 치유한다.
프로그램 노트(리뷰)
한 달에 한 번, PMS(월경전증후군) 때문에 짜증을 억제할 수 없게 되는 후지사와는 어느 날, 동료 야마조에의 작은 행동을 계기로 분노를 폭발시킨다. 하지만 야마조에는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동지같은 특별한 마음이 싹트게 된다.
세계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 중 하나인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은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다. 영화는 PMS 증상을 앓고 있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야마조에의 우정과 연대를 중심에 놓지만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직장 구리타 과학의 구성원과 그 주변 사람들까지 꼼꼼하게 묘사한다. 악인이라고 부를 법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에 매번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며, 시간의 흐름이 어느새 인물 내면에 스며듦을 보여주는 등 〈새벽의 모든〉은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많다. 또한 16mm 필름으로 촬영되어 아날로그 감각이 두드러지고, 일상의 사운드 각각에 목소리를 부여하며, 모든 장면에서 빛의 흐름을 지극히 섬세하게 묘사하는 등 이 영화는 미야케 쇼 감독의 시그니처라 할만한 요소들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새벽의 모든〉은 일반적으로 보기에 그리 넓지 않은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담고 있음에도 그 세계가 결코 소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미야케 쇼 영화의 아름다움 또한 품고 있다. 이번 영화의 세계는 후반부 우주에 관한 이야기로 더욱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영화 전반에서 인서트 샷으로 계속 보여지는 아름다운 밤 풍경은 우주의 현현처럼 보인다. 구리타 과학의 천체투영기(planetarium) 발표회에서 후지사와의 해설로 들려주는 다음 이야기는 이 영화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아침 없이는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밤 없이는 우리는 지구 밖 세계에 대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밤 덕분에 어둠 너머의 무한한 광대함을 상상할 수 있다.”
관객과의 대화 및
특별 대담 안내
[가을에 다시 만나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되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및 특별 대담은 전주국제영화제 또는 참여 게스트 사정으로 예고 없이 변동되거나 취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예고 없이 변동되거나 취소되어도 예매 취소나 환불은 불가합니다.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
*영화 상영 후 약 40분 간 진행
<담요를 입은 사람> / 2024년 9월 6일(금) 19시
• 게스트 : 박정미 감독
<한국단편경쟁 수상작> / 2024년 9월 7일(토) 10시 40분
• 게스트 : 공선정 감독(<작별>), 김나현 배우(<너에게 닿기를>)
<언니 유정> / 2024년 9월 7일(토) 13시 20분
• 게스트 : 정해일 감독, 박예영 배우, 이하은 배우
<은빛살구> / 2024년 9월 7일(토) 16시 20분
• 게스트 : 장만민 감독
<럭키, 아파트> / 2024년 9월 7일(토) 19시 40분
• 게스트 : 강유가람 감독, 손수현 배우, 박가영 배우
<통잠> / 2024년 9월 8일(일) 10시 30분
• 게스트 : 김솔해 감독
특별 대담
*영화 상영 후 약 60분 간 진행
<새벽의 모든> / 2024년 9월 8일(일) 13시
• 게스트 : 장우진 감독, 옥자연 배우
전주씨네투어 with 폴링인전주
가을에 다시 만나는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와 음악이 있는 전주
맛있는 전주, 맛있는 영화
영화와 함께 전주여행